작가: 슈도힐링
연재플랫폼: 노벨피아
연재중단중, 연재일 화-토
회차: 56회차
줄거리: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하진은, 스팽키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 성향에 서브미시브 성향이 조금 있는 젊은 여자다. 하진은 자기의 서브미시브 성향을 끌어내줄 남자를 찾는다. 구체적으로는 자기보다 뭐라도 한가지 나아서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도미넌트를 만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하진은 서브미시브로 복종할 마음이 별로 없다. 하진이 올린 구인글을 보고 지후가 답변한다. 지후는 부모님이 약국을 갖고 있는 약사로, 하진을 만나기 전부터 미국에 갈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지후는 송지유라는 서브미시브와 헤어지고 난 참이었는데, 스팽키 성향이 강한 하진을 다스리느라 저으기 고생한다.
어쩌다가 노벨피아에 올라오는 '때려주세요 주인님'을 읽게 되었다. 이건 리디북스에 올라온 '때려주세요, 주인님' (로맨틱벼리 저)와는 다른 거다. 연재중단이라는 점이 아쉬울 정도로 촘촘하게 잘 지었다. 노벨피아에 올라오는 SM물은 대개 게으르기 짝이 없다. 신비한 핸드폰 앱으로 상대를 조종하거나, 약물로 여자를 겁간하거나,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여자를 협박하거나, 뭐 이세계에 갔는데 여자들이 자기에게 어쩔 줄 모르고 자석붙듯 붙는다든가, 환생했더니 이미 조교가 끝난 상태였다든가, 어떻게든 쉽게 쉽게 자기 뜻대로 조종한다는 내용이 많다. 상상력 발휘가 게으르지 않냐 싶을 정도다. 현대를 배경으로 (엘프나 공주가 아닌) 진짜 여자를 어떻게 조교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거 자체를 힘들어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SM물은 조교 레파토리도 전형적. 도미넌트의 대사나 서브미시브의 대사도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이 슈도힐링의 '때려주세요 주인님'은 좀 다르더라. 꽤 흥미롭게 읽는 사람 진빠지게 한다. 웬만하면 SM보고 특이하다 생각 안하는데 이건 하도 신기해서 여러번 읽었다. 왜냐... 일단 여자 주인공인 하진이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 이 여자는 젊고, 아름다운데,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지후에게 잘 순종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도 않는다. 읽다보면 지후 입장에 감정이입하게 된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싶은 생각이 든다.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종 (Dominant-Submissive) 관계를 끊자는 것도 아니다. 하진의 집안은 잘 정돈되어 있지 않고 그녀의 인생은 잘나가는 듯하지만 덜컹덜컹이다. 여행을 가도 실수투성이, 지후를 놓고 경쟁자가 나타나자 울고 짜고 난리를 부린다. 지후랑도 잘 놀지 못하고 엉뚱한 데에서 골을 낸다. 그야말로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를 가진 여자다. 이렇게 캐릭터에 힘줘서 쓸 거면 그냥 야한 부분을 과감히 팍팍 쳐내고 너나없이 볼 수 있는 순수문학으로 만들지 그랬냐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도대체 이 대책없는 여자를 지후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 보게 된다. 이게 막장 드라마 보는 맛인가. 욕하면서 읽는 맛인가.
이 지후라는 남자주인공을 기술한 방식도 재미있다. 꽤 많은 노벨피아 SM물들에서, 남자주인공들은 찌질이들이다. 이걸 성인물이라고 쓴 건지... 남주가 성인처럼 사고하지 않고 성인처럼 대사를 뱉지 않는데, 이걸 어떻게 성인물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런데도 '남성향'이라니 어이가 없을 뿐. 남자가 도미넌트로 나오는 SM물이면 적어도 남자에게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른바 '남성향'이라면서 한 줄 한 줄에서 방정맞음이 넘쳐나는 남자주인공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때려주세요 주인님'의 지후는 작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자기만의 논리가 있고, 자기 안에서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리고 침착하다. 이 지후와 하진의 관계는 굉장한 멘탈 싸움이다. 여자주인공 하진이 하도 현실적으로 천방지축이라서 웬만한 남자는 멘탈 확실히 털리겠더라. 그런데도 남자주인공이 멘탈 꼭 붙들고 가는 거 보면 그거 만으로도 돔 자격이 충분하다. 얼마나들 서로 잘못한 걸 딱딱 잡아내고 서운해하고 상처를 주는지 무슨 서로 정신병자 만들기 게임하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 아니면 리뷰 안 쓰려고 했는데, 여자 둘이 남자 하나 놓고 싸우는 부분이 하도 인상적이라서 적어봤다.
지후와 주종관계를 맺었다 헤어진 지유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송지유는 지후와 사귀다가 바람을 피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지후와의 주종관계를 잊지 못해 돌아오겠다고 한다. 그것도 지후와 주종관계를 맺고 있는 하진 앞에서 지후를 뺏겠다고 선전포고 한다.
"저 안 가요. 한 번만 다시 해볼래요. 다른 사람하고 말고요. 네?"
...중략...
"너랑은 더 안해, 지유야. 니가 여기서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 집어던지고 욕을 한대도, 난 널 매질하고 싶지도, 벌하고 싶지도 않아. 널 고쳐놓고 싶지 않아. 그냥 둘 거야. (후략)"
지후는 지유를 다시 받아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지유와 여행을 떠나버린다. 그 동안, 지유는 지후의 친구인 규영이와 주종관계를 맺기로 한다. 하진과 지후는 규영이 지유와 사귈 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규영이 지유와 사귀는 사이라며 저녁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소개하자 놀라게 된다. (56화)
하진을 챙겨 앉히고 자리에 앉은 지후가 웃으며 말했다.
"규영아, 먼저 얘기는 해줄 수 있지 않았냐?"
"오빠, 제가..."
"넌 입 닫고 있어."
규영은 지유의 말을 멈추고 지후에게 답했다.
"그럼 나왔을까, 너? 하진이랑 같이 온대서 잘됐다 싶었어. 나 일단 요점만 말하자. 지유는 오래전 너와 끝났고, 물론 하진이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임자 있는 몸 뺏고 그런 건 아니다, 맞지?"
지후/하진 커플이 규영/지유 커플과 헤어진 후, 규영은 지유가 자신의 서브미시브라는 걸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걸 눈치챈다. 그리고 벌을 준 뒤 지유를 달래준다.
"니가 제일 고생했어, 오늘. 내가 알아주면 그만인 거야."
처음으로 규영의 품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지유를 한참동안 안아줬다.
이 에피소드 나오기 전에는 규영이란 캐릭터가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1이였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에서 규영이 지유를 다스리는 거 보고 도미넌트 자격 있네 하고 감탄. 신비한 스마트폰 앱, 최음제, 협박, 동영상 없이 서브미시브가 매달리게 만드는 것. 도대체 뭐가 도미넌트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분이 데뷔를 해야하는데.
p.s. 야한 부분이 많고 고수위다. 리뷰처럼 얌전한 내용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