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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조심

알렉산드리아 2023. 11.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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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님도르신

출판사: 아미티에

출간: 2023.11.06

 

깔끔하게 쓴 단편이다. 기승전결을 잘 짰다. 별점은 어쩐 일인지 4.1점인데 감금앤딩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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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등학생 전은빈은 잘생긴 남학생 권준에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친구들은 권준을 피하라고 한다. 조폭의 아들이니 엮이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전은빈은 어차피 1년 후면 미국으로 이민갈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고 권준과 친해진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이민 준비를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권준은 (한국에) "다시 오지 마라"고 경고한다.  

 

10년 후. 전은빈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는데, 어느덧 어른으로 성장한 권준을 다시 만난다. 어디 묵느냐 언제 돌아가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어느 호텔에 묵으며 언제 출국한다고 대답하자, 권준은 이상한 경고를 날린다. 어디 묵는지 언제 어디 가는지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다음날 아침 호텔 로비 카페에서 전은빈은 권준을 발견한다. 둘은 잠시의 대화 끝에 원나잇 스탠딩을 하게 되는데, 권준은 마지막으로 비행기표를 바꾸라고 경고하고 떠난다. 며칠 후 출국장, 권준은 왜 비행기표를 바꾸지 않았느냐며 은빈을 납치한다. 은빈은 권준을 피해 도망치지만, 다시 붙잡힌다. 다시 붙잡힌 은빈의 목에는 사슬이 묶여 있다. 

 

 

이 사람은 이전 작 '못할 짓' (예스24)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계기로 남자 때문에 망가지는 여자를 그렸다. 거기서는 유부녀가 지나가는 조폭에게 약간의 자비를 베풀었다가 인생 꼬인다. 여기서는 세 번의 경고를 무시하고 잘생기고 위험한 남자를 상대로 불장난하는 여자가 직장도 가족도 잃고 감금당하게 된다... (그래서 리디 댓글을 보면 외전을 달라고 부탁한다. 제발 좀 여자의 상황을 낫게 해달라는 뜻이겠는데...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거 꽤 괜찮은 전략이다. 열린 결말을 내거나 새드 앤딩을 내면 독자들이 외전을 기다리게 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본편 반응 보고 외전을 낼까 말까 결정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맘에 든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플롯 회수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미스테리어스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있어서 남자는 언제까지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고, 사실 어느 정도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편이 더 로맨틱하기도 하다. 권준과 전은빈은 지난 10년간 어떻게 살았나 서사를 나누지 않는다. 검정 셔츠가 잘 어울리는, 키가 큰, 위압감이 드는, 잘생긴 남자. 권준은 전은빈에게 관계를 구걸하지 않는다. 금기를 어기면 댓가를 치를 거라고 한다. 그리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누가 그러던데, 권준은 하나의 재해처럼, 해일이나 우박처럼 전은빈을 덮친다. 

 

견우 작가의 '내게 복종하세요'하고 분위기가 약간 비슷하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재앙과 같은 남자. 거기에 이성적으로 맞서려고 하는 여자 주인공. (물론 '내게 복종하세요'는 본편에서 전혀 야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정운 작가의 '잠자는 바다'도 이와 분위기가 유사했다. 금기를 어기고 겁없이 굴면 댓가를 치른다...  

 

p.s. 이거 읽고 님도르신 작가가 쓴 책들을 도장깨기 하려고 했는데, 권수가 많아서 그렇지 대부분이 BL물이니 내가 수비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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