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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알렉산드리아 2022. 3. 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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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E. L. James

출판사: Bloom Books

출간일: April 3, 2012

리뷰: 여자 대학생 아나스타샤 스틸은 IT기업 CEO인 크리스찬 그레이를 인터뷰한다. 크리스찬은 연상의 여자 엘레나 링컨으로부터 매저키스트가 되도록 트레이닝 받았으나, 나중에 새디스트/도미넌트가 된 남자다. 자신의 앞에서 안절부절하는 아나스타샤를 보고 타고난 서브미시브라고 판단한다. 크리스찬 그레이는 아나스타샤 스틸에게 BDSM 관계를 제안하지만, 생각보다 일은 잘 풀려가지 않는다. 

 

2012년 나온 책인데,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책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란 건 몰랐다. 어쨌든 미국 코미디언들이 이 작품은 (욕구불만인) 중년 여성들이 꼭 사야하는 책인 것처럼 조롱하더라. 게다가 직장 동료가 회의 중에서 "Everything has fifty shades of grey"라고 시침 딱 떼고 발언을 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걸 보고 도대체 어떤 책인데 이러나 호기심이 생겼다. 결론은 구매한 후 쓸모있게 잘 썼다. 이 책은 오랜 비행시간 동안 지루함을 덜어주는데 적절하다. 문장이 평이하고, 갈등이 별로 없고, 술술 읽힌다. 하지만 종이책으로 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나중에 없애기가 난감하다. 전자책으로 샀다가 책장에서 지우기를 선택하면 더 간단하다.

 

국내에서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이 책 리뷰를 어느 언론사가 쓴 걸 보고 매우 실망했다. 크리스찬 그레이는 나이 많은 중년 남자고, 아나스타샤는 20대라고 리뷰를 써서 올렸더라. 어렵지도 길지도 않은 책인데 책을 읽고 리뷰를 써라. 크리스찬 그레이는 스물 일곱 살로 나온다. 스물 한 살인 아나스탸사와 여섯살 차이고, 같은 20대다. 

 

크리스찬 그레이의 캐릭터 설정은 매우 미국적인데, 작가가 영국인이다. 로판이 되었든 현로가 되었든, 남자주인공에게 압도적인 부가 있든지 권력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현대에 압도적인 부와 권력이 있으려면... 그렇다 IT 회사 CEO다! 그래야 20대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영국에서 불가능하진 않지만, 역동적이지 않은 사회라 상상하기 어렵고, 배경이 미국이어야 신빙성이 있다. 특히 그레이가 IT회사 CEO라는 장점을 살렸는지,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출시도 되기 전의 신형 맥북을 선물로 보내준 장면은, 이 책에 나온 어떤 장면들보다도 더 짜릿했다. 

 

생각보다 금욕적인 책이다. 몇 군데에서는 감탄했다. 특히 체력이 있어야 BDSM이 가능하니 일주일에 세번은 트레이너를 붙여서 운동시키겠다고 그레이가 제안하는 데에서 그렇다. 아무리 스물 한 살이라도 과격한 플레이를 버티려면 역시 운동이 필요하다. 규율이 먼저고, 플레이가 나중이다. 금욕적이다. 

 

스토리라인 자체도 그렇다. 아나스타샤는 성경험 없는 처녀고, 남자주인공 그레이와만 관계하며, 남자주인공과 바로 결혼하고, 아들 딸도 낳고 잘 산다. 이거, 무슨 계몽소설이냐? 

 

만화판은 Lezhin에서 나왔는데 나쁘지 않았다. 영화판은...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어째 아나스타샤가 아나스타샤 같지 않고, 그레이가 그레이 같지 않다. 제이미 도넌이 그레이 역할을 맡았는데...이 사람은 중서부 미식축구 주장 역할을 맡는 게 어울리겠다. 

 

p.s. 제목은 '그레이의 50개의 그림자'인데 여기서 맨날 따지고 드는 게 Grey가 맞냐 Gray가 맞냐는 거다. 둘다 맞다. Gray는 미국식 스펠링, Grey는 영국식 스펠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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