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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드는 사랑

알렉산드리아 2023. 11. 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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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봄밤

출간: 2023.11.03

출판사: 스너그

 

매일 같이 야한 소설이 꾸준히 출간되지만, 그리고 야한 소설 쓰는 작가들은 많지만, 봄밤은 그 많은 작가 중에서도 아주 특별하다. 야한 장면을 쓸 때면 이거 1만자에 900원 받으려니 생각하는 것처럼 억지로 쓰는 작가들하고 다르다. 이 사람은 야한 씬을 쓸 때 액션장면처럼 쓴다. 예전에 한 영화잡지에서 유명 여배우 인터뷰를 읽으니 영화를 찍을 때에도 액션장면 찍는 것처럼 몸이 힘들다고 하더라. 액션 장면이니 만큼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무슨 올드보이 장도리 씬 찍는 것처럼 길고 집요하기까지 하다. 특히 이번 책은 스팽킹 하나 갖고 아주 그냥 끝장을 본다. SM쪽에도 용어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스팽커 (때리는 사람)와 스팽키 (맞는 사람)라는 용어를 새로 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는 때리고 여자는 맞는다. 읽는 사람의 근육까지 긴장시켜서, 읽고 나면, 몸이 아프다. 

 

 

줄거리: 

스팽키 아라는 온라인에서 스팽커 태윤을 만난다. 태윤은 아라와 계약을 맺고, 아라의 허벅지를 때린다. 원래 아라와 태윤은 2주 후에 만나기로 했으나, 아라가 마음에 든 태윤은 2주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아라와 태윤은 다음날 만난다. 태윤은 아라에게 진통제를 먹인 뒤, 둔부를 때리고, 허벅지를 때리고, 아라와 계약관계가 아닌 주종관계를 맺는다. 다음번에는 묶어놓고도 때릴 거고, 케인으로 때린 다음, 패들로도 때릴 거라고 태윤은 예고한다... 

 

진통제를 먼저 먹고 맞아야한다고 태윤은 말한다. 약효는 늦게 도니까. 꼼꼼하다.

 

고통이 전신을 지배할 때는 늘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게 좋았다. 

 

봄밤의 소설은 구질구질한 게 없어서 좋다. 다른 소설들은 시댁, 사회적 부조리, 조폭이니 범죄니 정치니, 임신/출산/육아 온갖 인간관계가 다 나온다. 야한 로맨스 읽다가 갑자기 한강변 아파트를 갖고 싶다느니, 뭐 집 명의를 바꿔주겠다는 둥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요즘의 현대 로맨스 (현로)다. 봄밤의 세계에선 그저 남자와 여자 뿐이다. 남자는 여자를 원한다. 여자는 남자를 원한다.  그게 스팽킹을 매개로 한 것이라 할 지라도. 둘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민하게 탐색하면서 오로지 그 쾌락만을 탐닉한다. 

 

물론 봄밤의 전작에 나오는 남자들은 대부분 능력이 있고 돈도 있다고 나온다. '장난감을 즐기는 열가지 방법'과 '벌리세요 팀장님' 등 몇 개를 제외하고. 그러나 그건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놀기 위해선 시간의 여유, 돈의 여유가 필요하니까. 아무튼 봄밤의 세계에서는 '노는' 게 중요하다. 봄밤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여자와 남자는 플레이(play)를 하기 위해서 만나는 거니까. 이 게임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압도하는 것 같지만, 여자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나는 너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나는 너에게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우리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p.s. 천원에 2만4천자를 넣었다는 건 정말 작가가 쓰고 싶은 장면이 길었다는 뜻. 

 

p.p.s. 봄밤 작가가 출판사를 로튼로즈에서 스너그로 바꾸었더라. 출판사가 플랫폼에서 전자책 출판할 때는 "첫장 가기"옵션을 넣는 성의를 보이자... 아무리 천 원짜리 책이라도.

 

 

https://ridibooks.com/books/5263000067?_rdt_sid=myridi_recents&_rdt_id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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