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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스 인 더 하우스

알렉산드리아 2022. 3. 1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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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봄밤

제목: 독스 인 더 하우스

출판사: 로튼로즈

총 2권 

출간일: 2021.03.24

리디북스 평점: 4.4 

리뷰: 젊은 양성애자 대학생 모리는 30대 후반 영민의 취재 요구에 응한다. 남자는 유부남으로 새디스트이면서 도미넌트다. 남자의 아내, 유리는 도미나트릭스다. 영민은 한 부부에게서 의뢰를 받아 이 부부를 서브미시브로 두고 있고, 유리는 남자 서브미시브를 둘 두고 있다. 영민은 부부 서브미시브들에게서 받은 의뢰는, 아내 서브미시브 쪽을 임신시켜달라는 요구였다. 영민은 대학생 모리에게, 이 부부 서브미시브와 유리의 서브미시브를 다루는 장면을 쓰라고 한다. 모리는 영민의 의뢰를 따라, 글을 완성하지만 영민은 만족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로판(로맨스 판타지)나 현로(현대 로맨스)은 가상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즐거운 모험을 했나, 얼마나 사랑받았나, 그 체험이 얼마나 대단했나를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데 치중한다. 이는 로망스 (Romance)라는 장르에 충실한 것인데, 로망스 자체가 모험과 사랑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도피문학이란 점이 로망스 문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특이하다. 성적 모험이 가득하니 분명 '모험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인공 모리는 영민을 사랑했다가, 유리를 사랑했다가, 다시 승우라는 젊은 타투이스트를 사랑하니 '사랑'의 요소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로맨스라고 보기에는 현실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특히 예진 (별명: 울산언니)이라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현실이 뒷통수를 갈기는 느낌이다. 예진은 1권, 2권에서 등장할 때마다 너네 지금 뭐하고 있니? 하고 일갈한다. 

 

"지금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모리의 뜻이야. 난 그 애가 원하는 대로 해줘. 영구적인 신체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쓰면서."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갑자기 부엌 입구에서 날아온 목소리에 승우와 영민이 돌아보았다. 울산언니였다. 

 

 

2권보다 1권에서 사건이 많이 생긴다. 모리는 영민을 만나고, 영민의 서브가 되고, 영민과 유리의 서브가 되고, 승우를 만나고, 영민에게 버려졌다가, 다시 영민과 결합한다. 2권에서 영민은 모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모리를 절제없이 파멸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여 모리를 떠난다. 영민은 모리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모리의 인생을 콘트롤할 수 없다. 모리가 바라는 대로 쾌락을 제공해주면서 같이 나락에 떨어지는 중이다. 젊은 승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리를 차지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작가는 한국인들이 아주 껄끄러워하는 지점들은 묘하게 피해나간다. 예를 들어, 한국 독자들은 로판/현로에서 불륜소재를 싫어한다. 모리는 영민/유리와 동시에 관계하면서도 둘 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독자들의 윤리적 잣대를 피해나간다. 2권에서 영민과 유리는 이혼하는 걸로 나온다. 이 역시 독자에게는 '모리가 이혼시킨 거네'라고 경멸받을 만한 사건인데, 이 부분에서 작가는 영민의 편에서 충분히 변호를 해준다. 

 

승우는 영민과 유리가 따듯한 눈빛을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사랑보다는 이해와 우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혼할 필요가 있었을까? 세상에는 서로 증오하면서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도 많다. 이들의 사정을 남들이 듣는다면, 어린 펨섭에게 홀려서 아내도 버렸다며 영민을 욕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사이가 그렇게 단순히 재단될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은 수위가 높아서 리디북스 리뷰를 보면  "로설보다는 다큐 같았어요" " 출간되서 본 것 중에 제일 본격적이고 하드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 수위 높다. 하지만... 하지만 내 생각에는 더 높을 수도 있었는데 자제한 게 아닌가 싶다.

 

모리는 자신이 아래층에서 요란한 소음을 내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영민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단 게 믿기지 않았다.
내 눈앞에 승우가 있는데.

 

 

이 문장 아주 좋다. 영민은 처음부터 모리를 비하하면서 너는 쾌락을 위해서는 아무나 따라갈 거라고 한다. (음...영민이 이때 한 말은 in verbatim으로 적지 않기로 하자). 모리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중에 권력관계가 바뀌고, 영민이 모리에게 빠지면서, 영민은 모리가 승우를 절대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스 인 더 하우스' 2권 (외전: Home Party)를 보면, 사실은 영민이 처음부터 옳았던 거다. 모리는 예진의 강권에 의해서 영민이 떠나가자마자, 순식간에 승우에게 빠진다. 그리고 유리도 처음부터 옳았던 거다. 유리는 왜 영민 만을 선택하지 않느냐, 왜 자기와 영민을 둘다 선택하느냐고 모리에게 묻는다. 늙은 이혼남을 거두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그런데 결말을 보면 결국 모리는 젊은 승우를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한다. 

 

하지만, 원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내가 옛 사람을 그렇게 생각했지?"하고 의아해하지 않은가? 

 

 

p.s. 출판사 서평은 "저만 당할 수 없어서 출판합니다"

https://ridibooks.com/books/4287000059?_s=search&_q=%EB%8F%85%EC%8A%A4+%EC%9D%B8+%EB%8D%94+%ED%95%98%EC%9A%B0%EC%8A%A4&_rdt_sid=search&_rdt_id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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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s. 사실 모리는 영민/유리의 서브미시브가 된 게 아니라 매저키스트일 뿐이라고 작품에서 스스로 말한다. 하지만 행동이나 심리를 보면 이미 서브미시브이므로 편의상 영민/유리의 서브미시브가 된 거라고 요약하자. (심지어 승우 역시 1부 후반에서 모리더러 매저키스트라더니 서브미시브가 된 거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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