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봄밤
출간: 2022.08.16
출판사: 로튼로즈
봄밤 작가는 뭐랄까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든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쓰는 방향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달까...아니면 잘 쓰는 부분에 대한 강점이 확고하달까...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이런 글을 천 원 받고 팔 이유가 없다. 돈을 벌려면 대중의 취향에 영합해야하는데 봄밤 작가가 쓰는 BDSM은 일반 대중의 취향과 거리가 있다. (아니 BDSM 자체가 마이너 취향 아니냐 하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장난으로 쓰는 BDSM이 아니다.) 이번에도 아주 대단한 하드코어를 들고 나왔다. '소돔 120일'을 연상하게 한다.
줄거리:
직장인 종혁은 집에서 강아지를 기르면 강아지가 외로워할까봐 강아지를 못 기를 정도로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남자다. 하지만 종혁에게는 장난감이 있는데 이 장난감은 살아있는 인간이다. 합의 하에 살아있는 인간을 복종시켜서 하루종일 검은 속박구 안에 가둬둔다. 얼굴도, 상반신도, 하반신도 모두 방수천으로 감싸뒀다. 종혁이 퇴근해서 돌아와서 장난감을 갖고 놀 때에만 구속구의 일부분을 풀어준다. 그 시간 동안 종혁은 "더 이상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전한 사회의 일원이 아니"다.
종혁은 물체를 품에 안았다. 따듯했다. 종혁은 그 체온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인간 장난감에는 카테터를 꽂아서 소변을 처리하고, 종혁이 돌아와야만 장난감은 대변을 볼 수 있다. 만일 종혁이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장난감은 그대로 죽을 것이다. 단지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게 아니다. 실제로 장난감은 사회와의 연결점이 없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 수록 종혁은 장난감과 외부와의 연결점을 완전히 차단한다. 말 그대로, 완전히.
코 안이 젖은 솜으로 가득 차오르자, 물체는 힘겹게 입을 벌려 밭은 숨을 뱉었다. 그것은 현재 물체에게서 뚫려 있는 유일한 구멍이었다. 세상과 물체를 연결해주는 단 하나의 통로. 헐떡이는 물체를 바라보는 종혁의 심장에서 잔인한 사디스트의 본능이 피어올랐다.
앞부분에 나오는 씬들이야 익히 알려진 것들인데, 막판 (기승전결로 치면 클라이맥스 부분)에 나오는 플레이는 듣도 보도 못하던 것이다. 지금 리디북스 평점이 3.1인데, 왜 그런지 알 만 하다. 야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드코어를 감당 못하겠으면 결제를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한국같은 보수적인 사회에서 글이 나올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