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봄밤
출판사: 로튼로즈 (no.143)
2022.03.11. 출간
스포일러 주의
'독스 인 더 하우스'는 현재까지 세 권 나왔다. 오리지널, 외전인 '홈 파티', 그리고 이번에 리디에서 'Dogs in the House 2'를 내놓았다.
로맨스 판타지든 에로물이든 SM물이든, 내 생각에 작가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독자가 흥이 안 난다. '세평유'로 유명한 김휘빈 작가는 인터뷰에서 정사장면 쓰고 나면 기가 빨린다고 했다. 쓰는 사람이 미친 듯이 써야 읽는 사람도 즐겁다. 그런 작가가 대표적으로 곽두팔, 황금뽀찌 (제발 필명 좀 바꿔주었으면 좋겠다), 견우, 그리고 봄밤이다. 이 분은 필명은 봄바람같이 부드러운데 글은 읽는 사람의 뺨을 후려갈긴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소재를 써도 강렬하게 쓴다. 저번에는 '나의 오빠, 나의 주인'이라는 유사 근친 물을 썼는데 이것도 후반부 갈수록 슬퍼지도록 묘하게 썼더라.
각설하고 장안의 화제작 '독스 인 더 하우스'의 후속편이 또 나왔으니 읽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모리의 본명이 나온다. 이름은 하린. 책에서의 묘사에 따르면 '은은하고 딱 떨어지게 생'긴 미인. '학교 선생님이나 수녀 같은 느낌'이 나는 복학생이다. 하린은 2년 휴학했다. 이 2년 동안, 하린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영민과 주종관계를 맺고, 영민-유리 커플을 이혼하게 만들고, 영민과 독점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자기 파괴적으로 쾌락을 좇는 하린을 영민이 감당하지 못해 영민과 결별한다. 호시탐탐 하린을 노리던 승우는 하린과 SM관계를 맺고 복학시킨다. 여기까지가 지난 이야기였다.
지난 외전에서 승우는 하린에게 "다른 새끼들이 너 손 끝도 못 대게 할 거"라고 한다. 이건 카산드라 같은 예언이었다. 다른 남자들 (심지어 여자조차도) 하린을 탐낼 거라는 걸 승우는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해두는 소리였다. 하린은 승우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꿈꾼다. 한편, 승우는 하린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메스로 모리의 몸에 상처, 구멍을 만드는 상상을 한다. 승우는 하린과 정상적인 연애를 시도해본다. 미술관에도 가고 레스토랑도 알아둔다. 그러나 하린은 그럴 시간에 고문실에서 승우에게 당하는 게 더 좋다. 서로 원하는 게 다른 이 관계는 조금씩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
'Dogs in the House 2'는 짧지만 그 안에 후속편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다. 경주 사는 타투이스트 승우는 원래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다녔다는 것. 메스로 뭔가를 갈라보고 싶다는 욕구는 아마 오래된 욕망인 것 같다. 승우네 집안은 어느 정도 잘사는 사업가 집안이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하린에게 맞춰주기 위해서 승우는 아버지와 형에게 숙이고 들어가기로 했다는 점. 승우의 형 역시 포식자이며 승우 - 승우의 형 - 세연이라는 여성은 끈끈한 사연이 있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아마 후속편 하나 나오지 싶다. 아예 세연 - 하린 - 승우 - 승우의 형 사각관계로 한 편 더 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승우가 수컷으로 밀리는 모양이 나오는 게 흥미롭다. '독스 인 더 하우스' 1편에서 영민은 자기를 '주인님'이 아닌 나이 많은 유부남으로 자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하린에게 승우와 엮이는 것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왜냐하면 승우는 더 젊으니까. 영민은 하린의 본질을 알고 있지만, 그리고 노련한 남자지만, 승우와 붙어서 이길 수 없는 여러가지 조건을 갖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기혼자라는 거였고, 따라서 영민은 이혼한다. 그러나 젊음이라는 신체적인 조건에서는 여전히 승우에게 밀린다. 그리고 2편 끝부분에서 모리는 승우에게 빠져, 자기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영민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까지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3편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하린은 클럽에서 승우보다 더 노련하고, 더 부유해보이고, 더 심적으로 여유있어 보이는 남자를 만난다. 승우는 본능적으로, 하린을 자기보다 우월한 남자에게 뺏길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는 절박하다.
"자르고 싶어."
모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승우의 목소리가 한층 더 무겁고 짙어졌다.
"네 배를 열어서 내장을 꺼내고 싶어... 중략..."
"아아아악!"
돌연 처절한 비명이 고문실 밖까지 울려 퍼졌다. 모리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명마저 뚝 끊어졌다.
아이고 작가 양반 이렇게 끝을 내면 어떻게 하나. 승우는 모리 (하린)의 배를 열었을까?
내 생각에는 그건 아니고, 1편, 2편에서 암시했던 것처럼 몸 어딘가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끝났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미 1편에서 유리(여주인)가 모리에게 다음에는 유두가 아닌 어딘가에 구멍을 뚫겠다고 예고한다. 2편(외전)에서도 승우는 왜 구멍을 더 뚫으러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내 것이라고,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이라고 승우는 말한다. 1편에서 영민과 유리는 모리를 소유한 두 명의 주인으로서 두 개의 구멍을 뚫는다. 그러니 3편에서 승우가 모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어딘가에 구멍을 뚫는 건 논리적인 귀결일 터이다. 그러지 않으면... SM이 갑자기 범죄물이 되어버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