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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트리거

알렉산드리아 2022. 3. 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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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몽슈

출판사: 플로린

출간: 2022.01.05

 

리뷰: 몽슈 작가는 나쁜 남자를 실감나게 그린다. 기존에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비비안의 사정'하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였다. 그 중에서도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가 꽤 문제작이라고 본다. 그에 비하면 '논 트리거'하고 '와일드 낫 와일드'는 별로였는데, 어쨌든 몽슈 작가 이름값을 믿고 샀다. 이게 지금 리디 현대물 1위를 달리고 있길래 왜인가 했더니, '논 트리거' 외전이 나왔기 때문인가보다. 으음... 외전 없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어쨌든 한국 독자들은 해피앤딩을 선호하니까 외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줄거리: 부잣집 딸 안해수는 아버지 사업 부도로 인해 한순간에 가난해진다. 깡패 이호범은 돈을 갚는 대신 몸을 달라고 안해수에게 요구하고, 유학하다 귀국한 중학교 동창 서해승은 신용카드를 건네주며 유혹한다. 서해승이 점점 더 안해수를 구속하려 하자, 서해승의 형 서무원 역시 안해수에게 모종의 거래를 하자고 하는데... 

 

이런 걸로 해결하려는 남자가 셋 나온다. Photo by Ales Nesetril on Unsplash

리디북스 키워드에 #역하렘물이라고 나온다. 이게 역하렘물이라고? 아이고 양심없다... 이호범, 서해승, 서무원 셋 모두 여자주인공을 막 다룬다. 앞다투어 신용카드만 주면 역하렘물이냐. 이렇게 남자 주인공 후보가 셋 나오는 경우는 독자들이 일종의 경주마 경기 보듯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지금 네이버에 연재중인 웹툰 '동생친구'같은 게 그런 거다. 세 명의 각기 남자들이 여자 주인공 앞에서 저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걸 즐기라는 게 이런 작품의 묘미인데... 몽슈 작가는 이걸 나쁜 놈들 버전으로 보여준다. 세 남자가 전부 제정신이 아니다. 각각 다른 스타일로 제정신이 아니다. 결국 남자 주인공 후보 중 한 명은 정신병원으로 갈 정도이니... 이렇게 셋 다 좋은 남자가 아니다 보니, 1권 조금 읽고 누가 남자주인공인지 바로 맞출 수 있었다.

 

 

 

 

 

 

스포일러

 

 

 

 

 

 

 

 

이런 경우 무조건 몸정 많이 쌓은 쪽이 이긴다. 왜냐하면 셋 다 글러먹은 놈들이라서... 

 

몽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여자주인공이 왜 사랑받는지 의문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엉성하게 쓴 로판을 읽다보면 "왜 이 여자가 매력적이지? 성격인가? 외모인가? 이 성격으로 되나? 이 정도 외모는 로판에 많지 않나?"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런데 몽슈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주인공이 미인이라는 점은 당연히 이해가 되고, 이 여자가 왜 사랑받는지 하나도 궁금하지가 않다. 미인은 팔자가 사납다는 격언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나쁜 남자들이 앞다투어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러 온다. 하도 괴로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지금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인지 아닌지 따질 정신머리가 없을 정도다. 남자주인공이 워낙 거칠다보니 아래 대사 정도만 다정하게 해줘도 감동 포인트로 삼고 넘어가야한다. 

 

 

해수가 그의 가슴팍을 응시했다. 시선을 마주쳐 오지 않는 데에 모종의 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그가 그녀의 손목을 갈급히 감싸 쥐었다. 
"나한테 돌아오려고 했어? 그것만 말해."
"..."
"맞다면 아무 말 안할 테니까."

 

 

'세계 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을 쓴 김휘빈 작가가, 야한 장면 쓰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고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몽슈 작가는 기운이 짱짱하다. 어쩜 이렇게 장면을 지치지도 않고 여러 페이지 쓰는지... 이 작가는 야한 장면을 대충 쓰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쓴다. '늪지에서 피는 꽃'에서도 그랬는데, 다른 작가라면 한 두 세 페이지 쓰고 말겠지 싶은 장면을 아홉페이지를 쓴다. 그러니까 세 배를 쓴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조폭인 로판을 싫어해서 다시 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서무원을 남자 주인공으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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